눈이 소복이 쌓인 시골 나무에 달려있는 황금빛 두 모과. 한 모과는 도시로 갔고, 다른 한 모과는 시골에 남았다. 도시로 간 모과는 칠일 만에 다 썩어 쓰레기통에 버려지고, 시골에 남은 모과는 두 달이 지나도록 제 빛을 자랑하다 땅으로 돌아갔다. 자연과 환경에 관한 연작인 이지상 감독의 는 셀프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요소가 자연스럽게 결합되어 있다.
감독은 수행의 단계를 열 장의 그림으로 표현한 불교의‘십우도(十牛圖)’를 모티브로 한 열 편의 연작을 제작 중에 있다. 농사짓기와 어머니의 죽음의 과정을 통해 생로병사의 시간을 경험케 했던 (2004), 그녀 혹은 그에 대한 기다림을 매개로 삶에 대한 단상을 선보였던 (2005), 티벳으로의 순례와 그 길에서 만나는 자연과 인간을 모습을 침묵의 시선으로 전달한 (2007)에 이어 그 네 번째 작품이 도착하였다.
그간 이 연작을 통해 영화 찍기와 살아가기의 등치적 관계를 일구어가며 소소한 모티브로 담담하면서도 깊이감 있는 영화적 풍경을 줄곧 선보여온 그는, 이번에도 역시‘두 모과’의 경로를 통해 생의 시간에 대한 질문을 던져 놓는다. 한 나무에서 나고 자란 두 개의 모과가 서울과 시골로 소재가 갈리면서 운명을 달리한다. 그 엇갈린 운명의 여정에 대한 언표적 기술과 정물화의 구도로 존재하는 이미지들을 통해 득우(得牛), 즉‘소를 잡다’라는 깨달음의 의미를 구하고자 하는 질문이 던져진다. 그리고 그 언술과 언술 사이,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에 놓이는 질문의 노정이 단출한 영화의 모습으로 다가와 여유로운 상념의 공간을 열어주게 된다. 시리도록 하얀 눈밭의 진노란 모과와 솟대의 붉은 천이 고운 영화이다. (이선화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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십우도4-득우, 두 모과 Comments (0)